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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드로잉클럽
1부 side, Hidden Track

 

김을, 김태헌, 송민규, 이상홍, 이승현, 이주영, 이해민선, 홍원석

2014. 4. 10 - 5. 11

《Two Drawing Project열림과 닫힘》은 드로잉의 형식과 개념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 내고자 2개의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1부 ‘side, Hidden Track'은 참여 작가들의 기존 작품의 스타일과는 다르게, 너무 실험적이거나 가벼워 보일까 시도하지 못 했던, 또는 보여주지 않았던 작품을 선보인다.


음악 앨범의 히든 트랙은 정규 트랙 외에 숨겨져 있는 보너스 트랙을 의미한다. 히든 트랙은 창작자에게는 일관성의 구속이나 부담에서 벗어나는 공간이며 창작의 욕구를 자극하는 자유로운 기회이다. 이는 드로잉의 솔직하고 자유로운 속성과도 닿아 있다. 이번 전시가 자신이 소유한 예술세계를 보다 넓게 펼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 

 

나의 드로잉(2014)

나의 작업은 대부분 드로잉이다. 그것이 입체작업이든 캔버스 작업이든 그냥 드로잉이다. 작업에 임하는 나의 태도가 매우 드로잉스럽기 때문이다. 세상이 그러하듯이 거추장스런 일관된 주제도 필요치않고 자연스러움을 따른다.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운신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드로잉에 딴지를 걸려는 바보는 많지않기 때문. 그리 드로잉스럽게 살다보니 온갖 즐거움과 회환을 맛보게되고 이젠 거의 갈 때 까지 가다보니 모종의 경계선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경계선 너머에 신세계가 펼쳐지기를 내심 기대해 보지만 그렇지 않을수도 있는 것이 여서 다소 조심스럽다. 그러던 어느날, 노자-비슷한 분이 나타나서 이르시길.... "그대 무얼 그리 그려대는고....쯧쯧쯧"하시며 홀연히 사라져 버리신다. 잠시 혼란스러움을 추슬러본다. 이제 어찌해야 하는가?

​김을

 

2014 소소 드로잉전에 부쳐

그동안 많은 그림을 그렸다. 어려선 그저 좋아서 그렸고, 젊어선 예술을 위해 인생을 불사르겠다고 미쳤고, 사회로 나와선 세상을 위해 작업을 하겠다고 뜻을 높이 세우기도 했다. 그렇게 작업을 하며 긴 시간이 흘렀고 그사이 드로잉을 붙잡고 작은그림을 그리며 잘 놀고 있다. 나를 치유하고, 나를 말랑말랑하게 하고, 나를 뻔뻔하게 하는 드로잉은 아직까지 미술계 주변을 서성이게 하면서도 한편으로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호시탐탐 궁리를 하고 있다. 이번 드로잉은 나를 위한 작업이다. 그간 모든 작업이 나로부터 출발한 작업임에 분명하지만, 나를 위해서만 그려놓은 작업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대개 밖으로부터 불어오는 욕망을 붙들며 작업을 하였다. 드로잉을 하면서 작업에 정답이 없음을 알았다. 그렇다고 작업실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들여놓은 건 아니다. 전처럼 작업에 기대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것도 나를 위한 시간이려니 하면서 즐기니 드로잉과 함께 재미가 쏠쏠하다.

김태헌 ​

 

몇 년 전부터 미술인척하는 디자인 시각물이 많아졌다는 사실에 경계심을 가짐과 동시에 그래픽 디자인 인척하는 시각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경계는 전시나 출판매체를 통해 허물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행위의 목적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한방까지는 아니지만 '이런 것도 드로잉입니다.' 라는 심산으로 그래픽디자인의 행태를 띄는 이미지 작업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 동안 나를 괴롭혔던 전통적 붓질회화와 종이위에 그려내야만 하는 강박적 태도에서 벗어난 일종의 외도임에는 분명하다. 여기서 꼭 밝히고 싶은 건 이 작업물들이 작품으로써의 최종적 결과가 아닌 어떤 과정, 일종의 시뮬레이션 하는 태도로 여기고 있다. 다시 전통적인 방식의 작업으로 돌아가기 위한 습득의 과정이겠거니와 혹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일련의 수련과정일수도 있겠다. 

송민규

 

드로잉 노트 2014

손으로 글씨를 쓸 때 / 머릿속 생각을 바로 옮겨 쓰는 것과 / 이미 쓰여진 글을 보고 옮겨 쓰는 것은 / 글씨의 모양, 전체적인 느낌 등 크게 다르다 / 그 다름의 차이를 좀처럼 좁힐 수 없는 점이 때로는 불편한데 / 그러한 불편함이 있음이 나는 좋다

이상홍

모놀로그 

드로잉에는 멈춤이 없다. 채워져 있는 것의 비움이며 흘러가는 것의 낚음이기도 하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혹은 손이가는 대로 나를 이끄는 무엇인가에 눈을 뜨고 이끌려 가면된다. 가다보면 가슴 깊숙이 고여 있는 것에서 벗어나 저멀리 숨겨진 목소리를 발견하게 된다. 

이승현

생각은 언제나, 드로잉은 15분 내로

반복해서 욕망하고 좌절하면서도 끊임없이 욕망하는 것들의 모습을 어떤 상황속의 한 장면으로 표현한다. 이번 드로잉은 15분정도 내에 재빨리 완성해 보는 것으로 한다. 얇고 평평한, 두께가 없는 장면들을 순식간에 그려내어 수많은 장면들로 모았을때 그 큰 욕망의 덩어리는 어떤 모습으로 날 바라보고 있을까. 작업할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든다. 생각은 길을 걸아가건 버스를 타건 언제나, 그리는 시간은 15분을 넘기지 않을 것.

이주영

 

잡지 사진 잉크를 녹이면서 그린 것

잡지 사진의 잉크를 녹이면서, 그 녹아 나오는 잉크를 이용하여 그린 것이다. 이 작업은 미국의 고층빌딩 사진을 녹여 '빌딩'을 '빙하' 나 '돌산' 으로 바꾼것이다. 사진 속의 이미지 (빌딩) 를 발판으로 그리는 것과 사진의 물질적 측면(잉크) 을 이용하여 그리는 것, 이 두 가지 사이를 오가며 '빌딩'을 '돌' 로 '사진'을 '회화'로 되돌리는 쾌감이 있었다. 마치 광물을 녹여 내어 빚어낸 것처럼. 이 작업은 2005년도 '지우는 작업' 시리즈의 새로운 연작인데 2014년에 다시 작업 한 것이다. '지우는 작업' 중에 「밤하늘 사진을 지우개로 지우면서 음향으로 불꽃놀이 소리가 터지는 동영상작업. 제품의 유효기간만 남기고 지우는 설치 작업. 지난 전시를 취소하는 개념으로 도록의 일부분을 지워 다른 형식의 도록으로 만든 작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요번 작업은 '지우기'보다 '가소성을 부여하는 것' 에 가깝다.

이해민선

분단의 현실과 재개발, 철거, 폭력 등이 난무하는 실상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삶, 거주의 문제와 직결된다. 최근 몇 년간 비정주, 임시거주 방식으로 떠돌고 있는 예술가로서, 자기고발과 욕망, 자기성찰 사이에서 진동하며 나를 둘러싼 문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매체로 작업했다. 특히 자동차는 나의 감수성과 새로운 경험들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최근에는 승자독식의 사회, 세대 간의 갈등, 예술 제도에 대한 성찰 등 동시대의 감수성으로 그 동안 잘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들도 끄집어내고자 한다. 이번 서울드로잉클럽에서는 허구의 보도자료를 통해서 한국사회의 단편적인 사건들을 이미지로서 재구성하고자 한다. 이것은 현재 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적 풍경을 건드리는 풍경으로서, 다양한 사회인식을 건드리며 그 방식을 시각화 하고자 한다. 

​홍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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